아내가 하루쯤

Posted at 2008/06/18 15:36 // in Essay // by Daniel

구독하는 잡지에 이런 글이 작년에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새민족 교회라는 곳의 전도사님이 지으신 시 입니다.
가정을 꾸린다면 함께 하는 사람을 많이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그리고 그렇게 미안해 하고 애틋해하고 그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자꾸 제가 부족한 사람이란 것을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만.

아내가 하루쯤

아내가 하루쯤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하루는 아무 일도 없고 아무 걱정도 없어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도 자고 만족한 모습으로
한껏 기지개를 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창문을 열어, 아내의 얼굴에 비치는 햇살을 즐거워하며
커피하나 크림하나 설탕조금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타다 줄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는 참으로 오랜만에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그러나 한참동안 못 본
함박웃음 가득한 환한 얼굴로 태어나 처음 마시는 커피인 냥 행복하게 마실 것입니다.
아! 그런 아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녁엔 금방 한 밥으로 찌개 하나여도 맛있는 저녁을 먹고
느긋이 앉아 G선상의 아리아, 첼로로 연주한 그 그윽한 선율…
그것이 아니라면 대중가요도 괜찮고, CCM찬양도 좋겠습니다.

그 속에 눈을 감으면
그래도 우리에겐 건강이 있고 소중한 아이들로 인한 소망도 있어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저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하나님이 들으시면 기막혀 하실
꿈 반, 허풍 반의 장미 빛 내일을 웃지도 않고 진하게
또 아내에게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는 수없이 듣고 그때마다도 속았는데도,
마치 태어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안경 속 두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런 웃음 가득히 즐거워 할 것입니다.

아, 하루쯤, 정녕 하루쯤은 아내가 장사가 안 되어 빚만 느는 가게일도,
마음대로 안 되는 자식의 문제와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쉽지 않은
가정의 일도(농사일도, 회사의 일도)
모두 잊고, 까맣게 잊고,

고난이 오히려 유익이라시는
이해 안 되는 말씀이 온전히 믿어지는,
짙어가는 어두움 속에서 푸근히 감싸시는 그 분의 임재가
떨리도록 느껴지는 그런 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아무 근심도, 정녕 아무 걱정도 없이
아내가 하루쯤 그렇게 평안히 푹 쉬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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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6/21 23:53 [수정/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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