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평범하게 만들기

Posted at 2008/10/09 14:30 // in Essay // by Da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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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초반에 "덩케르크의 기적"이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5월 9일께 시작된 북쪽의 네덜란드 침공부터 13일 프랑스 동부 뫼즈강을 건넌 구데리안의 대규모 기갑부대(낫*)의 진격.
독일군은 연합군의 배후를 침공하여 엄청난 속도로 진격해들어왔습니다.
앞뒤 양갈래에서의 포위로 프랑스와 영국 연합군은 오도가도 못하게 됐습니다.
덩케르크라는 항구 앞에서 40만의 영국/프랑스 군이 포위되어 단 하루면 괴멸될 위기에 놓인 것이죠.


그 때 5월 23일, 영국의 조지 6세는 영국 국민에게 함께 "기도하자"라고 했다고 합니다. *
그 주일 26일을 국가 기도일로 정해서.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정한 '민족을 위한 기도의 날' 바로 다음날이기도 하답니다 * )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히틀러가 공격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3일동안 어떤 공격도 하지 말라고.
그 공격 중지가 시간을 벌게 해줘서
영국은 선박으로 영국군 20만, 프랑스군 15만명을 며칠 사이에 철수 시킬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때마침 짙은 안개가 내려서 해상요격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독일군의 갑작스런 공격중지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습니다.
안개도 마찬가지
그래서 그것을 덩케르크(던커크)의 기적 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기적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냥 독일군이 너무 빨리 이기니까 불안했다거나 공군과의 알력 때문이라거나.. 여러 해석이 분분합니다.
존 키건의 (아주 두꺼운) 2차대전사를 보면 안개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히틀러의 두려움-기갑부대가 수렁에 빠질지도 모른다는-에 대해선 옳긴하지만 너무 빨랐다고 평가할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2차대전의 승패를 가르게 된 사건인데도 말이죠.
기적을 평범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노력은 많습니다.
뭔가 하나를 빼먹어주고, 주변의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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