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노예, 거슬러 올라가기, 그리고 GM의 몰락

Posted at 2008/11/28 16:07 // in Essay // by Daniel

1999년 시애틀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레드먼드 지역으로 이루어진 워싱턴 주의 킹카운티에서는 23만 500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스톡 옵션을 포함해 각각 평균 28만 7700달러를 벌었다. 그 지역의 일반 중산층 가정의 평균 수입은 3만 4300달러였다. 왜 이렇게 격차가 심한가?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는 그 수요가 높지만, 그 지역의 다른 주민들은 수요가 그다지 높지 않은 소매업이나 식당, 호텔, 병원, 운송 서비스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는 지난 시즌(1997~1998) 자신이 출연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2200만 달러를 받았다. NBC 방송국은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매회 방영되는 동안 NBC는 분당 100만 달러의 광고를 내보냈다. ... 스튜디오 기술 인력이나 메이크업 담당에게 가능한 한 최저의 임금(과거 노조와의 최저 임금보다 더 낮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다른 방송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며, 공중파 방송국을 위협하고 있는 케이블 TV도 여기에 포함된다. 바로 이런 케이블 TV 때문에 NBC는 모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나 GE의 투자자들(그 중에 내 퇴직 기금 펀드도 있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비용 절감책을 더욱더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 동네 세탁소 점원은 1999년에 1만 3500달러를 벌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무서운 사실은, 미국 경제가 아무리 호황을 누린다 해도 그녀가 세탁소에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대신 일할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세탁비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녀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 로버트 라이시, 부유한 노예 (The Future of Success), 2000, p. 148.

미국의 경우 90년대 들어 빈부격차가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매자 천국" 시대의 다른 일면입니다. 내가 갈수록 좋은 조건으로 물건/서비스를 골라 살수 있는 환경이 되면, 반대급부로 갈수록 내 물건/서비스를 팔 수 있는 조건이 나빠지는 겁니다.

로버트 라이시는 클린턴 행정부때 관료를 지낸 학자입니다. 위에 소개한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위와같은 빈부격차 심화가 우리나라엔 IMF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나타났습니다. 대강 10년이죠. 청년들이 가장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2000년에 괜찮은 대기업 초봉이 2000만원대였던 데 비해 2008년 현재 그 두배로 올라선 것, 그러나 그에 비해 다른 직장의 월급은 별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퇴직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드문 것, 그리고 받을 수 있는 돈이 정말 쥐꼬리라는 것으로도 알 수 있지요.

그렇다고 신러다이트주의자처럼 새로운 체제를 부술 수는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인데, 우리만 머물러있을 수는 없는 게임이죠. 저 위에 인용한 일은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있는 일이고, 중국에도, 베트남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GM의 몰락,

미국 최대의 자동차기업인 지엠(GM)의 주가가 10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22% 폭락해 3.36달러를 기록했다.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1946년 이래 62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이다.

지난주 지엠은 내년 상반기 안에 현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고유가와 금융위기가 이어져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지엠은 3분기 25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지엠의 주가가 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다음달 예상되는 현금보유고로는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정부 지원을 얻어) 지엠이 파산을 면하더라도, 거의 파산 상태와 다름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도 지엠의 현금유동성 문제를 제기하며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주가 전망치를 1달러로 낮췄다.

- 한겨레신문 2008-11-11

GM도 구매자 천국 세상에서 밀려난 예가 되고 있습니다. 노조를 포함한 자기 회사 직원에의 보상에 신경쓰고 팔리는 물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죠 아마. "구매자 천국" 좋기는 한데 왠지 맞닥뜨려보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열심히 일해야하고 혁신해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내야합니다. 그렇다고 싫다고 이 게임을 그만두면 몰락하고 맙니다.

잘 살게 됐다하지만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까요? 누구 아는 사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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