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와 하나님
저번달 초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느 아이와 어머니의 앞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나이는 2살쯤 돼 보였는데, 어머니가 커다란 뻥튀기 봉지를 들고 아이에게 한주먹씩 주었습니다.
다 먹으면 다시 한주먹 주고 또 달라그러면 다시 한주먹 주고...
얼마 지나자 어머니가 아이에게 "네 손에 있는 뻥튀기 내게 주렴. 그럼 이 봉지를 다 줄께"
라고 했습니다.
봉지에는 아직도 뻥튀기가 반이나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겐 그것이 매우 고민이 되었나봅니다.
눈 앞에 있는 과자가 너무 먹음직스럽다는 듯이 너무너무 아까운 표정을 지으며 어머니의 낯을 피해 이리저리 머리를 돌렸습니다.
어머니는 "엄마 한입 먹자 응? 응?" 이러면서 계속 아이와 눈을 맞췄지요.
하지만 아이는 멋적다는 듯이 계속 낯을 피하며 엄청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아이가 자기 손에 있는 뻥튀기를 먹어버렸습니다.
어머니가 뻥튀기가 먹고 싶어서 아이에게 달라고 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랬다면 그냥 자기가 봉지에서 꺼내먹었겠죠.
아들한테서 뭔가를 받는다는 것이 즐거워서 아이에게 달라고 했을 겁니다.
그 기특함, 즐거움. (Joy라고 할까요) 그것은 나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어머니는 봉지에 있는 것 전부를 주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다음에 줄 한봉지의 과자보다 눈 앞에 있는 한주먹의 과자가 더 매력적인 거였겠죠.
어쩌면 우리도 하나님께 그런 지도 모릅니다.
한봉지의 과자처럼 하나님은 자기가 가진 복을 사람에게 필요할 때마다 한주먹씩 공급해주십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그것을 자기에게 달라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건 그사람의 것이 아니라 원래 하나님에게로부터 온 것이지요.
그것이 어떤 경우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봉사일 수도 있고
물질이나 재능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역시 하나님은 그걸 받으시면 더 좋은 것을 주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하나님도 사랑하는 존재로부터 선물 받는 즐거움을 원하시는 겁니다.
그 기특함, Joy. 그게 너무 좋아서요.
하지만 사람은 자기 손아귀에 주어진 것이 너무 커보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약속한 더 큰 복은 너무 멀어보입니다.
그래서 어떨 땐 그냥 자기가 먹어버리죠.
물론 어머니가 아들이 과자를 먹어버렸다고 해서 상처입고 아이를 혼낸다거나 하진 않듯이 하나님도 역시 사람이 자기에게 주지 않는다고 벌을 주시진 않습니다.
다만 그 즐거움을 누리지 못함이 안타까움일테고, 주시기로 약속한 더 큰 것들을 받지 못할 따름이겠죠.
달라고 하실 때 넙죽 드리면 하나님이 아주 기뻐하실 겁니다.
'그래서 복을 받으니 그러면 된다'가 아니라(이러면 기복신앙이죠) 기뻐하시니까 좋지 않나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이 좋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