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기

Posted at 2007/03/16 13:38 // in Essay // by Daniel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라는 속담이 있나봅니다

작년에 두 회사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인 GCT와 T* 라는 영국계 회사였습니다.
대우는 비슷한데 하나는 무선 칩 회사였고 하나는 휴대폰 플랫폼 회사, 게다가 M*사라는 큰 미국회사에 합병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이유중에 하나는, 이 회사가 특별히 나를 더 필요로 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꼭 오도록 하기 위해 여러가지 궁리를 하더군요.

어쨌든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외할머니가 월요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침에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팀장에게 그 이야기를 했을 때의 반응은,
"언제까지 쉬려느냐" 였습니다.

조의를 표하거나 걱정해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원래 사규에 3일 휴가가 되는데, 그 휴가를 주기도 아까와 하는 것이었죠.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3일동안 회사에서는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장 위치가 어디인지, 발인이 언제인지 묻는 전화 한통 오지 않았습니다.

제 사촌 여동생 하나는 오라클에 다닙니다.
장례식장에 가보니 한국오라클 사장이 보낸 화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동료도 찾아오더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당시에 제가 갈까말까 고민했던 M*사 대표이사의 화환이 오라클 바로 옆에 와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드러나는 것이죠.

내가 왜 이 회사를 선택했었는지 후회가 됩니다.

그리고 요즘 그런 후회하는 일들이 좀 많습니다.

친구도 마찬가지죠, 올 수 있는 사람이 오지 않고 연락을 다시 받지 않거나....
그런 경우, 차라리 연락하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이 일로 친구 하나를 잃어버릴테니까.. 진짜 친구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후회는 아무 쓸 데 없는 것이죠. 이미 끝난 일.

대신에 하나는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의 선택 때에는 이 일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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