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똑같은

Posted at 2009/01/07 16:34 // in Essay // by Daniel

 

저도 비슷하네요

1) 이거 해. 안 하면 혼나! => 이렇게 협박하면 절대로 안 한다거나
2) 틀린 걸 그대로 믿는 것 까지는 상관 안 하나 나보고 강요하면 차라리 목매고 죽는다던가

자기파괴적 성향 + 협박이 먹히는 성격

 

이번 주말에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신랑과 나는 서로 합리적인 성격이라 자화자찬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자기파괴적인 면이 똑같이 있다.
2) 그런데 둘이 똑같으므로 모르고 살았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커피 한 잔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시어머니는 신랑이 무지막지하게 고집이 센 걸로 알고 계시다. 그리고 그렇게 인상이 굳어진데에는 신랑의 어릴 적 에피소드 두 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1) 신랑보고 머리 자르라고 하도 잔소리 해도 안 잘라서, 이발소에 데려다 주고 차를 내뺐다. 이발 하고 나서 집에 전화하지 않으면 데리러 오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신랑, 머리 안 자르고 20킬로 넘게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다가 행방불명 되어서 동네가 확 뒤집어졌다.
2) 뭘 잘못해서 때려도 신랑은 지가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면 안 울었다. -_-a

난 최근에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1)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다 간단한 '보안 코스'를 해야 하는데 난 아직 안했다. 그걸 발견한 인사과에서 이번 달 말까지 안 하면 월급 20만원을 까겠다고 협박했다. 난 월급에서 벌금 공제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할까를 아주 심각하게 고려했다.

얼 른 보면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기본 이유는 똑같다. 내 케이스를 설명해보자면 - 보안 코스를 안 한 건 내 잘못이다. 그러므로 하긴 할 거다. 만약 인사과에서 '업무에 꼭 필요한 중요한 코스인데 안 하셨군요. 이번 달 말까지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했으면 당장 했을 거다. 그런데 벌금 매긴다고? 내가 보안 코스를 하면, 그건 벌금 매기는 게 무서워서 하는게 되잖아? 그러므로 그 쪽에서 "협박"하는 대로 따라간다는 얘기지. 씨발 안 해. 벌금 매기라고 해. 월급 받은 날 바로 다음 날에 보안 코스 할 테니까. 자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잘라 씨발. 너 지금 나 협박했냐. 끝까지 가보자 고고씽.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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