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추억거리

Posted at 2007/05/10 11:40 // in Essay // by Daniel
오늘, 남산엘 갔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간 거지만
수영이랑, 용운이, 염, 인애
넷이 같이 가줬다.

나 혼자 즐거워하고,
끌고 다녀서 미안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을 거라 믿는다.

야경,

정말 좋았다.
비가 그쳐서 춥지만, 공기도 맑고 그래서 멀리 보이고
전망하는 곳은 영업시간이 끝나서 못 갔지만,
반대편을 보았다.
티 없이 맑은, 까만 하늘에, 하얀 구름 한조각.
반짝이는 건물들, 다리들. :-)
좋아한다.

그리고 걸어내려오며 바람 쐬고,

항상,
이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찬양하고,
선교 가고,
사람들 만나고,
즐긴다.

귀한 시간 주신 하나님, 감사.
좋은 만남들 주신 것도 감사.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지만

어느 광고 카피에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은,
기록이 가지지 못하는
정말 개인적이고도 가슴 조이게 하는 강렬함을 가질 수 있다.

기록이 그 기억의 감흥을 일으키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진일 수도, 일기일 수도,, 그리고 또다른 기억의 한 조각일 수도 있다.)
그것을 통해 흘러나오는 감흥은 기억에서 나오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다.

어느 책에선가 본 듯도 하다.
세상에 다시 없을 귀한 마지막 장면을 보는 사람.
그 사람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한순간 한순간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눈 속에, 머리속에 각인한다.
눈앞이 흐려질까봐 눈물을 훔치며,
바람의 흔들리는 소리들,
풀벌레의 울음소리 까지.
하늘하늘 움직이는 풀들의 일렁임,
내리비취는 빛줄기,
그 빛에 반짝이는 먼지들까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모두 담는다.
다시 없을 그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그것은 사진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같은 가슴을 가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
사진 찍을 시간도, 노트를 꺼내들 틈도 없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할 장면들.

나도,
기억해야 할 것들..
애틋한 친구들의 배려
청량한 바람과 공기, 그리고 마음까지 닿았던 그 시원함
두근거리는 교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감사
하나님이 주신 세상
이 시절에 태어나게 하신 것 감사..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지.
그러기 위해 기록해야겠다.

기록은,
기억하기 위한 도구지만
기억은,
강렬하고 애틋하고 감사하고 즐겁고
때론 아프고 슬픈
나만의 것

내 손에 아무 것도 없을 때,
핍박의 때
다른 것은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추억할 수는 있다.
아름다웠던 기억들, 좋은 사람들, 주셨던 은혜와 축복들, 그리고 감사들.
그리고 아직 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들이 나를 살아남게 할 것이다.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귀한 사람들, 만남들, 감동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항상 그렇게 귀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